
“인쇄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침, 봉투를 납품받기 직전에 인쇄소에서 전화가 왔다. 묻음 사고가 났다는 연락이었다. 총 1000장을 찍었는데, 그중 300장이 묻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700장은 문제없지만, 나머지 300장은 다시 인쇄해야 한다고 했다.
1. 사고의 원인보다 먼저, 상황을 정리한다
처음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보다 ‘지금 뭘 해야 하나’가 중요하다. 인쇄 사고는 대부분 감리 미흡·잉크 세기·용지 문제 중 하나에서 발생한다. 이번 경우는 인쇄소 측에서도 “감리를 잘 봤어야 했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세 가지를 정리했다.
- ① 사고 범위: 1000장 중 300장 묻음 발생
- ② 납기 영향: 700장 먼저 납품, 300장은 재인쇄 예정
- ③ 재인쇄 책임: 인쇄소 부담 (자체 실수 인정)
이 세 가지를 명확히 해두면, 나중에 클라이언트나 상사에게 설명할 때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2. 용지 확인은 사고 복구의 핵심이다
이번 사고에서 인쇄소가 가장 먼저 물어본 건 “용지가 어디 회사 제품이었는가”였다. 봉투 용지는 우리가 별도로 거래하는 업체에서 납품한 것이었고, 확인 결과 무림지였다. 인쇄소는 자신의 실수로 다시 찍는 상황이라, 용지를 직접 조달하겠다고 했다.
이런 경우, 디자이너의 역할은 정보 전달의 명확성이다. 누가 무슨 용지를 사용했는지, 평량과 재질은 무엇인지, 파일 버전은 동일한지 — 이 작은 정보 하나가 재인쇄 품질을 결정한다.
3. ‘빨리’보다 ‘정확히’가 우선이다
인쇄소는 “최대한 빠르게 다시 찍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보다 ‘다시 사고가 나지 않게’를 먼저 떠올렸다. 급한 일정일수록, 같은 실수를 반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쇄소와 통화하면서 분명히 말했다. “빨리보다 안전하게 해주세요. 이번엔 감리를 꼭 체크해주세요.” 이 한마디가, 관계를 지키는 동시에 품질을 지키는 문장이다.
4. 사고는 결국 ‘태도’를 보여주는 순간이다
인쇄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중요한 건 그다음의 대처다. 이번에도 인쇄소는 바로 책임을 인정했고, 용지 비용까지 자사 부담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 한마디에 신뢰가 남았다.
실무에서는 완벽보다 성실한 대응이 더 큰 신뢰를 만든다. 사고는 사람의 실수지만, 대응은 태도의 차이에서 나온다.
오늘의 한 줄
인쇄 사고는 피할 수 없지만, 신뢰는 지킬 수 있다.
오늘도 디자인 실무는 결국, 사람과의 일이라는 걸 그렇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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