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시작한 그림이 어떻게 제 마음을 조금씩 되살려줬는지, 그중에서도 ‘좋아요’ 하나가 나를 살렸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회사에서 누가 내 수고를 알아주는 일은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제 그림 밑에 달린 ‘좋아요 1개’가 그 어떤 인사보다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퇴근 후, 아무 말 없이 그리던 시간
회사에서는 늘 긴장된 상태로 하루를 보냈어요. 누군가는 내 실수를 체크하고, 누군가는 보고서를 수정하라고 하고. 그렇게 하루 종일 누군가의 판단 속에 있으면, 퇴근하고도 한동안 ‘내 말투’를 되찾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퇴근 후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림만 그렸어요. 색연필을 깎는 소리, 화면 위에서 펜이 미끄러지는 감촉. 그게 제 하루를 정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그리고 그 그림 한 장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어요. “이걸 누가 보겠어.” 그렇게 올린 게 시작이었죠.
첫 댓글, 첫 공감, 그리고 이상한 따뜻함
다음 날 출근길, 습관처럼 인스타를 열었는데 알림에 ‘좋아요 1개, 댓글 1개’가 떠 있었어요. ‘색이 너무 예뻐요.’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그 문장 하나를 보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회사에서는 늘 결과로만 평가받았는데 여기선 누군가 제 감각을 봐줬어요. “이 색이 예쁘다.” 그 말은 ‘당신의 선택이 괜찮아요’라는 뜻 같았어요. 그날 이후로 퇴근하면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올리고, 또 누군가가 댓글을 달면 답장을 쓰는 게 제 하루의 루틴이 됐습니다.
그림은 나를 대신해 말을 걸었다.
“괜찮아, 오늘은 이것만 해도 충분해.”
좋아요가 숫자가 아니었던 이유
처음엔 단순히 반응이 좋아서 계속 올렸어요. 근데 나중에 보니 ‘좋아요’는 숫자가 아니라 위로의 언어였어요.
“표현이 너무 멋져요.” “그림체가 너무 예뻐요.” “색감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그림 밑에 달린 짧은 댓글 하나에 하루 피로가 사라졌어요. 서로의 삶이 다르지만, 공감은 그렇게 작고 조용한 곳에서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그림’은 단순히 취미가 아니라 저를 회복시키는 하나의 언어가 됐어요.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도 펜을 잡게 되는 이유는 누군가 봐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죠. 그 누군가는 꼭 타인이 아니어도 돼요. 내가 내 그림을 다시 볼 때, 나 스스로 위로받기도 했어요.
그림이 조금씩 나를 밖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어요. 그림도 조금씩 늘고, 팔로워도 서서히 늘었어요. 처음엔 10명, 30명, 100명. 그리고 어느새 1,000명을 넘겼어요.
그 숫자가 자랑스럽다기보다는, ‘아, 이 공간에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회사에서는 늘 누군가를 ‘납기일’로 기다리는데, 여기선 누군가가 제 그림을 ‘기다려준다’는 게 전혀 다른 감정이었어요.
그때부터 제 하루는 “퇴근 후 한 시간의 그림”을 중심으로 다시 짜이기 시작했습니다. 식사하고, 씻고, 그리고 한 시간.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나다웠어요.
좋아요 하나가 나를 살렸고, 그림은 내 자존감을 되돌려줬다.
이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무렵부터였어요.
DM이 왔어요.
“LG 생활건강에서 VDL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님께서 내년 신상품 준비중이며, 홍보 영상 관련으로 협업할 수 있는지 연락을 드렸습니다.” 보낸 곳을 봤더니… LG VDL 화장품이었어요.
그 메시지를 보는데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을 때였거든요.
그날 이후로 저는 ‘회사 다니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그림으로 제안 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인생이 살짝, 조용히 방향을 틀기 시작한 순간이었죠.
좋아요 하나에서 시작된 변화는, 결국 내 삶의 새로운 챕터를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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