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회사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사세요~’ 같은 얘기가 아니에요.
그냥, 평범하게 회사 다니던 사람이 퇴근 후 한 시간씩 그리던 그림이 어떻게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줬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이건 저에게 실제로 벌어진 일이고, 그래서 제 스스로 경험한 이야기를 적겠습니다.
퇴근하고 겨우 겨우 살던 시절
2020년 봄이었어요. 저는 회사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었어요.
업무는 항상 쌓여 있고, 긴장은 기본이고, 실수하면 바로 티 나고. 하루 종일 몸은 회사에 묶여 있는데, 정작 나라는 사람은 거기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한 가지 생각이 계속 올라왔어요.
“나도 내가 잘하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마음으로 아이패드를 켰어요. 그냥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거창하게 ‘난 이제 일러스트레이터다’ 이런 거 전혀 아니고요. 그냥 퇴근 후 살아남기 위한 숨구멍이었어요.
아이패드로 첫 그림을 그렸던 그 밤을 아직도 기억해요.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누군가의 검토를 받잖아요. 그런데 집에 와서 아이패드를 켜는 순간은 아무도 간섭을 안 해요. 파란색을 쓰든, 얼굴을 비뚤게 그리든, 아무도 뭐라고 안 해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렇게 저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가든그림 @greem.is.life' 이라는 이름으로요.

처음부터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한 건 아니다
저는 인스타를 그냥 “사진 올리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작할 때부터 꽤 진지하게 봤어요.
어떤 계정이 좋아요를 많이 받는지, 어떤 톤으로 글을 쓰는지, 색감을 어떻게 통일하는지, 사람들은 어떤 순간에 댓글을 다는지. 그런 걸 계속 관찰했어요.
“이 플랫폼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이 있을까?”
저는 그렇게부터 시작해요. 그냥 올리고 기다리는 타입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올까를 먼저 봅니다.
그리고 첫 그림을 올렸어요. 아무도 안 볼 줄 알았거든요? 근데 누가 “색 너무 예뻐요”라고 달아줬어요. 진짜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요.
그 댓글 하나에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누가 나한테 예쁘대. 내가 고른 색을 말해줘.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지적만 듣다가, 집에 와서는 “예쁘다”를 듣는 거예요.
그날 저는 확실히 알았어요.
‘아, 이건 그냥 취미가 아니구나. 이건 나를 살리는 거구나.’
퇴근 후 그린 한 장의 그림은 “너 아직 죽지 않았어”라는 말처럼 들렸어요.

소통이 재미있었다. 정말 그게 전부였다
그때 제 목표는 돈도 아니었고, 팔로워 숫자도 아니었어요.
그냥 ‘오늘 그린 거 올렸는데 누가 반응해준다’ 그 맛이 너무 좋았어요.
댓글에 답해주고, DM으로 색연필 뭐 쓰냐고 물어보면 알려주고, 서로 일상 한 줄씩 얘기하고. 그런 조용한 소통이 저를 살려줬어요.
회사에서는 나는 항상 대체 가능하고, 뭔가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인스타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이거 너무 좋아요”라고 말해줘요.
저는 살아있고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이걸로 버틴 거예요.
지금도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디지털 노마드의 시작은 돈이 아니라 자존감 회복이다.”
사람들이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면 막 노트북 들고 제주 도 가서 일하고, 유럽 카페에서 수익 여러 개 돌리는 걸 상상하잖아요. 근데 제가 겪은 첫 시작은 그런 게 전혀 아니었어요.
제 시작은 그냥, “오늘 하루 나도 괜찮았다”라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통로를 하나 마련하는 거였어요. 그게 그림이었고, 인스타그램이었어요.
“나중에 돈도 돼요?”라는 질문에 답하자면
지금은 돈 얘기를 깊게 안 할 거예요.
왜냐면 제 인생이 바뀐 순서가 ‘수익 → 인생 변화’가 아니라
‘정신 회복 → 나라는 사람 발견 → 그걸 본 사람들이 연락 → 그게 일로 이어짐’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얼마 버셨어요?”로 접근하면 중요한 걸 놓쳐요.
저를 작가로 불러준 건 계산서가 아니라, 제가 꾸준히 쌓아둔 제 색감이었고 제 목소리였어요.
인스타그램은 그걸 보여주는 전시장 같았어요.
회사 밖에서의 나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꺼내놓는 전시장.
이 기록이 필요한 사람
이 글은 이런 분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 “회사만으로는 내가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다.”
- “퇴근 후 아무 힘이 없는데, 나만의 시간을 다시 갖고 싶다.”
- “지금의 나 말고, ‘또 다른 나’를 꺼내오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 말이에요. 그게 저였어요.
저는 거기서 출발했고, 그게 결국 ‘퇴근 후 그림 그리고 외주 받는 사람’, ‘굿즈 제안 오는 사람’, ‘강의 부탁 받는 사람’까지 이어졌어요. 믿기지 않겠지만요. 저도 아직도 가끔 안 믿겨요.
퇴근 후 한 시간. 그게 제 인생의 첫 투자였습니다.
👉 다음글 : 좋아요 하나가 내 일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 좋아요 하나가 나를 살렸다
퇴근 후 시작한 그림이 어떻게 제 마음을 조금씩 되살려줬는지, 그중에서도 ‘좋아요’ 하나가 나를 살렸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회사에서 누가 내 수고를 알아주는 일은 많지 않잖아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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